전 세계는 1990년대 인터넷혁명에서 2020년대 AI혁명시대로 옮아가고 있다. 2020년대에 불현듯 등장한 ChatGPT는 전문가들의 전유물에서 일반인들의 필수품으로 이미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생성형AI는 스마트폰에 탑제되기에 이르렀으며, 이제 일반인들은 인터넷망을 이용해 생성형AI로 새로운 정보화시대에 진입했다. 문제는 이러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센터의 확충, 그리고 데이터처리에 관련된 반도체 수요의 증가와 관련이 돼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annual electricity report에 의하면 2022년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460TWh였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026년에는 1000TWh로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전세계 전력수요의 2%에 해당하는데 이는 프랑스나 독일의 연간 전력수요량에 근접하는 양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2026년에 미국 전체 전력수요의 6%를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대부분 컴퓨터 구동과 이에 발생하는 열을 냉각하는데 쓰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AI혁명과 관련하여 두가지 측면에서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첫째는 반도체 생산확충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국이다. 따라서 AI가 대중화됨에 따라 AI관련 반도체 수요는 급격히 증가한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최대 공급처인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반도체 생산 증가는 전력수요 증가를 동반한다. SK하이닉스는 용인시 일반산업단지에 122조원을 들여 반도체 팹 4기를, 삼성전자는 용인시 국가산업단지에 36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팹 6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두 반도체 기업에서 추가로 소요되는 전력 수요는 10GW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기준으로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1.4GW) 8개가량을 새롭게 조성해야만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둘째는 AI 데이터 처리 관련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에 달한다.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용량만 4만9397㎿로 추정된다.
이러한 전력수요의 변화를 반영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마련되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38년 전력수요는 2023년 대비 30.6GW 늘어난 128.9GW로 전망됐다. 에너지의 전기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따른 목표 설비는 157.8GW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목표한 2036년 기준 143.9GW 대비 10GW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늘어난 전력수요에 대비한 대응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첫째, 비교적 전력공급 확충계획은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설비용량기준으로 원자력은 2024년 27.5GW에서 2038년 36.6GW로 증가하며, 태양광/풍력은 2024년 30.4GW에서 2038년 115.5GW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2024년 대비 원자력은 2038년에 1.4배 늘어나고 태양광/풍력은 2038년에 3.8배 증가시킬 계획이다. 특히 이러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서 재생에너지는 매년 6.1GW의 보급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문제다. 즉 전력생산이 일정하지 않고 시간대별로 계절별로 차이가 심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ESS와 같은 유연성자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전력계통과 운영에 있어서 새로운 패럼다임을 의미한다. 당연히 전력계통 운영에 비용증가가 예상된다.
둘째는 전력화, AI 등으로 인해 증가하는 전력수요와 에너지전환에 대응한 전력망의 확대 및 개선이 필요하다. 전력망 투자 비용은 기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연계해 수립한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기준, 56조 5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초안이 나온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연계한 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상 투자 비용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7∼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송변전망 구축 사업 전수조사에서는 적기 준공률이 42건 중 7건(17%)에 그쳤다. 지연 기간은 평균 41개월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송배전 설비의 투자를 담당해야 할 한국전력은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작년말 한전의 부채는 202조 4502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43%에 달했다. 한전이 한해 부담해야 할 이자는 4조원에 육박한다. 한전의 올해 2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2조 4000억원 정도되지만 이자를 부담하기에도 빠듯하다. 지금까지의 누적된 채권발행으로 더 이상의 채권발행도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전력망 투자를 더 이상 늦출 수도 없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와 신재생에너지의 원활한 보급확대를 위해서는 전력망의 대대적인 개편은 필수 불가결하다. 전력망은 고속도로와 같은 기간 인프라다. 늘어나는 자동차에 비례하여 전국의 도로망이 확충됐듯이 전력망도 증가하는 전력수요와 발전설비의 변화에 발맞추어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전력의 자체자금으로 전력망의 투자비용을 조달하기는 요원하다. 전력망의 투자재원을 한국전력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상된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저항과 물가상승 부담에 따라 추후 전기요금 인상이 여의치 않다면 정부에서는 특별회계를 편성해 전력망의 투자를 위한 재정투입을 과감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와 같은 전략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방안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산업이 원활히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력망 투자를 적기에 적소에 해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긴 안목을 가지고 전력산업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송배전망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현상태가 AI발 전력 및 산업생태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현재는 미지수이다.
김수이 홍익대학교 상경대학 상경학부 교수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