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머신러닝 접목한 해외사례 확산…디지털 부하 반영한 고도화·연구 시급

전력산업 환경변화 설명도. [제공=한전 경영연구원]전력산업 환경변화 설명도. [제공=한전 경영연구원]

디지털화와 탈탄소화 흐름 속에서 전력계통의 부하 양상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소, 분산형 자원 등 새로운 부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에 의존하던 단순 부하모델로는 더 이상 복잡한 계통 해석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한전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하모델링 기법의 종류 및 해외 최신 동향보고서에는 이처럼 기존 부하모델의 한계를 짚고, 해외 주요국의 기술 대응 사례를 소개하며 차세대 부하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력계통에서 부하모델은 계통을 구성하는 요소 중 부하에 대한 수학적 모델을 지칭하며, 계통의 전압(V), 주파수(F) 변화에 따른 부하의 유효전력(P), 무효전력(Q) 변화를 함수로 표현한 것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ZIP 모델은 정저항(Z), 정전류(I), 정전력(P) 부하의 수치적 조합으로 구현한 모델로 정상 상태의 계통 해석에는 유용하지만, 데이터센터나 태양광 같은 새로운 부하의 복잡한 동작 특성을 반영하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실측데이터 기반의 차세대 부하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2011년에 개발된 정적 중심의 부하모델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어 디지털 부하·인버터 기반 분산전원·ESS·마이크로그리드(MG) 등 다양한 응답특성을 가진 새로운 부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머신러닝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동적 부하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머신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중이며, 실시간계측데이터(PMU)를 활용한 시간대별 부하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충전 부하를 포함한 스마트 그리드환경에서 AI 기반 부하모델을 개발해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일본 도쿄전력(TEPCO)AIIoT 기술을 융합한 도시 단위 분산 부하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 국가전망공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의 부하를 분석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태양광, 풍력원과 같이 날씨 등 다양한 변수에 의존하는 부하의 동작 특성을 해석하고 모의하기 위해 AI·머신러닝 등 신기술 접목을 시도하고 있고, AMI 등 타 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한 비용 효율적인 부하모델 개발을 위해 데이터 상호운용성 및 가공 기술 연구를 활발히 수행 중이다.

  

보고서는 또한, 부하모델 계수 산정 방식도 기존의 Bottom-Up 방식에서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Top-Down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계통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확보 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충분치 않고 질이 낮았던 만큼, 부하 구성을 현장 방문 등 직접 조사해 모델링하는 Bottom-Up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계통 모니터링 시스템의 가용성이 증가하면서 계통 및 부하 데이터의 측정·수집·분석 등이 용이해짐에 따라 Top-down 방식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국내도 계통 환경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부하모델 개발 및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시사했다.

 

한전 경영연구원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AMI, ADMS 등 다양한 계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는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해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부하모델 개발 및 갱신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재생에너지의 모의 정확도 확보를 위해서는 기상청과 같은 외부기관과의 데이터 연계 등 부하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정보의 효율적인 확보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승지 기자